[도서서평]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 - 분노의포도(The Grapes of Wrath)
제목의 의미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냉엄함과 함께 희망찬 미래에 대한 달콤함을 기원하는 주인공 심리를 은유적으로 표현
책 소개
1929년 10월 24일 뉴욕 주식시장의 주가가 대폭락한다. 이 뉴스는 자본주의 세계 전체를 절망의 늪으로 몰아 넣는 세계 대공황의 전조를 알리는 사건이 된다. 결국 경제 대공황은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할 때까지 미국인 전체를 암울하게 만든 요인이 된다. 이러한 세계 대공황은 금주령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틈을 이용해 마피아 집단이 밀주 제조나 마약, 매춘업에 관여해 지하 경제가 형성되는 기회도 제공한다. <분노의 포도>는 이러한 경제 대공황기를 시대 배경으로 한 걸작으로 세계 대공황으로 인해 한 가족이 붕괴되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다루고 있다.
『분노의 포도』는 발표 직후 문단으로부터 '해마다 되풀이되는 자연 재해 앞에서 속수무책인 빈농들이 조상 때부터 개간해 오던 땅을 탐욕스런 자본가들의 횡포 때문에 빼앗기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 험난한 고행 길에 나서고 있는 모습은 자본주의 사회의 비정함을 단적으로 엿보게 하고 있다'는 격찬을 받아냈다. 아울러 이 작품에서는 '비록 험난한 현실 속에서도 앞날에 대한 낙천적인 꿈을 잃지 않는 서민들의 모습이 마치 성서에서 예견했던 삶에 대한 엄숙함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는 공감을 얻어냈다.
『분노의 포도』가 미국의 의식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소설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사실 지금까지 그 어떤 작가도, 그만한 열정과 정치적 현실 참여로 1930년대 대공황 시대의 암울함을 기록하지 못했다. 스타인벡 최고의 걸작이라 꼽히는 이 작품은 1940년에 퓰리처 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에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1962년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미국 문학사에서 그 지위를 확고히 했다.
책 내용(요약)
1930년대 미국 중서부 오클라호마. 경제 대공황의 여파로 도시 뿐만 아니라 농촌은 일순간 쑥대밭이 돼간다. 갑자기 몰아닥친 공황의 여파로 부채와 은행 빛에 파산하는 농민이 속출하고 때마침 가뭄이 미국 중서부를 휩쓸어 농촌은 급속도로 파멸해 간다. 이를 견디지 못한 농민들은 조상 대대로 뼈와 혼이 묻혀 있는 농촌을 떠나 새로운 삶의 정착지를 위해 꿈의 땅인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토지를 잃은 농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대다수가 오클라호마 출신들이 많아 '오키(Okies)'라는 애칭을 부여받게 된다.
약속의 땅으로 불리우는 캘리포니아를 향하는 조드 일가의 험난한 여정이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새로운 정착지로 가기 위한 여비를 위해, 낡은 트럭을 빼놓고는 모든 것을 팔아 버린 조드 일가. 이들 가족은 피치 못해 살인을 저지른 뒤 4년여 동안의 복역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조드(헨리 폰다)의 인솔 아래 정처 없는 캘리포니아 여정에 나선다. 고향을 떠난 뒤 말 한마디 없던 할아버지는 도중에 죽고 이어 할머니도 사망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여동생의 남편은 차 사고를 낸 뒤 줄행랑을 치고 전과자인 조드도 여행 도중 시비에 휘말려 다시 한번 살인을 하게 된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66번 도로로 들어서자 희망을 찾아 떠나는 수천대의 트럭 행렬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희망의 순간을 보기도 전에 대다수 농민들은 이 행렬이 그만 자신들의 인생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죽음의 행진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인공인 조드 일가는 가뭄과 대자본의 진출로 오클라호마의 농장을 잃고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서부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이들은 66번 고속도로의 여정에서 “오키”라 불리는 다른 오클라호마 농민들을 만나 그들이 겪은 불의와 앞으로 누리게 될 풍요에 대해 서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착취와 탐욕, 저임금, 기아, 그리고 죽음이다. 스타인벡은 폭력과 굶주림, 죽음에 서서히 갉아먹히는 조드 일가의 절망을 통해, 자본가들이 조장하고 이용하고자 하는 야만적인 분열을 신랄하게 고발하였다. 그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오직 분노와 저항의 단결, 그리고 끊임없는 희생이다.)
서 평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제목에서부터 끌렸다. 포도가 분노를?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포도가 분노를 한다고 표현했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었다. 책을 세 번 읽고나니 느꼈다. 과일인 포도는 곧 힘들게 살아가는 대중이었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인 결집체였다. 마치 포도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여 포도라고 불리듯이. 그런 그들이 분노를 해야할 만큼 소설 속의 시대적 배경인 세계 대공황 시기 평범했던 미국시민들의 생활상이 이랬겠구나. 지나가던 바퀴벌레조차 화를 냈겠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정말 퓰리처상을 수상했을 만큼, 그리고 현재 미국의 중, 고등학교 권장도서인 만큼, 그리고 우리가 세계 대공황시기의 미국의 시대상, 생활모습을 알고싶은 만큼 이 작품은 정말 매력적이다. 게다가 그토록 힘든 상황에서 조금은 긍정적이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줄기 희망을 안고 이겨내려는 미래상을 보여주며 끝맺는 방식은 역설적이게도 그 당시보다 현 시대에 와서 더 조명되는 것 같다. 그 당시 작품이 발간되었을때는 충격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제는 세계 대공황은 잘 견뎌내왔다.
그러나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 붕괴로 인한 전세계 경제시장의 침체와 위기. 그리고 2011년 월가시위 등을 겪으면서 이 작품은 다시 한 번 재조명되고 이런 상황까지 가지 말아야하기에 우리 모두 노력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하는대로 세상이 쉽게 바뀌거나 변하지는 않겠지만 모르고 사는 것과 알고 사는 것은 그만큼 다르다고 생각한다.
처음 읽을 때는 이 작품이 왜 이렇게 암울한지를 느끼다가 내용이 끝나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두번, 세번 읽다보면 작품이 가진 분위기보다 그 속에서 살아숨쉬는 인물들 각각의 모습까지도 눈에 들어오고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한다.
나도 앞으로 이 작품을 몇 번 더 읽을 생각이다. "분노의 포도" 읽고나서 후회하지 않을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단 무조건 보라.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세계 대공황 시기 미국의 분위기, 시대상, 생활상이 궁금하다면 무조건 펴라. 그리고 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