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소재는 항상 우리와 함께 있었거나 혹은 있는 소중한 사람, 우리 삶의 일부인 어머니이다. 이 작품에서는 수많은 어머니들이 나타나지만 주로 4명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눈물을 흘릴 만큼 슬프고 감동적인 순간들이 있는 영화이다. '어머니'라는 사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머니'가 그리운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봐도 아깝지 않을 영화다. 보고나면 전화번호를 눌러 안부를 묻게 만드는... 그런 영화다.
영화의 시작은 참신했다. 어머니를 표현다는 다양한 표현들이 등장하며 표현들이 지나간 후 태어나서 처음 부른 이름 '마마'라며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에 몰입하게끔 만드는 도입부분이었다. 물론 '마마'라는 표현이 외래어식 표현이라 '엄마'나 '어머니'라고 했으면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겠지만 '마마'라는 제목도 '파파'라는 표현만큼 만국공통어인 듯 하다.
영화의 내용은 결국 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한 동네를 중심으로 그려지지만 에피소드는 세 가지로 구분되어있다. 짝짜꿍이 잘맞는 단짝모자(동숙, 원재),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녀와 서로 아끼고 모녀(희경, 은성, 연두), 서로를 너무나 아끼는 모자(옥주, 승철)로 나뉘어져있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정말 인상깊었던 부분은 난소암에 걸려 절망에 빠진 엄마 동숙과 희귀병 뒤세근 이영양증에 걸렸지만 당차게 살고있는 아들 원재의 일화에서였다. 동숙과 원재는 차를 타고 강가에 이르는데 원재는 피곤해하고 동숙은 그런 원재를 등에 엎고 강변까지 내려온다. 그러면서 동숙은 원재와 끝말잇기를 시작한다. 처음부터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기억하는 부분은 "사고-고희-희망"으로 끝나는 이 부분이었다. 원재는 졸린 상태에서 끝말잇기를 하고 동숙은 난소암에 걸려 수술을 해도 절망적이라는 이 상황에서 아들과 함께 생을 포기하려고 하며 울먹이며 강물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그 순간 아들 원재는 "희망"이라는 말을 한다. "희망이라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고.. 희망이 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희망을 버리는 것이라고.." 그 한마디 말에 동숙은 다시 한번 절망에서 희망을 꿈꾸기 시작하고 삶에 대한 애착을 갖기 시작한다.
어쩌면 최근의 나에게도 크게 도움이 되는 말이라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는 지루해하고 있었고 무언가를 하면서도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던 듯 했다. 그러던 와중 작가가 준 대본일지는 모르지만 극 중 원재라는 아이가 하는 그 말에 '아 나는 지금 무얼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내 자신에 대한 재성찰의 좋은 기회로 삼게 되었다.
아쉬운 점은 세 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져있지만 지나친 감동을 위해서인지 극단적일 수도 있는 소재들을 이용하여 접근하고 작위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병마와의 싸움, 천박스럽다는 표현 등을 사용하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원재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동숙이 야쿠르트를 배달했던 그 단지 안의 모든 출연진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는데 감동을 연출하려고 했던 것이지만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마'라는 영화의 여운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정말 좋았던 점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모습들도 잘 표현해냈고 배우들이 정말 연기를 잘해냈다는 점이다. 특히 옥주로 나왔던 김해숙과 승철로 나온 유해진의 연기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엄정화의 연기에서는 전작 '호로비츠를 위하여'가 떠올랐었지만 엄정화에게는 그런 여자의 모습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이 꼭 자기 옷을 입은 듯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잘 해주어서 좋았다.
무난하면서도 정말 부모님이 그리울 때면 한번쯤은 볼만한 영화로 나는 '마마'를 추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