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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국내영화

[내부자들-후기] 정의를 말하려고 하던 용두사미

감독판은 아직 보지 않았다.

오늘 모바일 스토어에서 결제하면 볼 수 있다고

알림이 와서 영화관에 가서 볼 새도 없는 요즘이라

결제해서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이 글을 보지 않으시길 추천한다.

아무래도 아무런 내용을 적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다만 구체적인 역할은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개인적인 감상평이므로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을 기록해놓는다.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도입부로 시작하여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는 그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권력을 쥔 권력자들.

배신으로 인해 복수를 하려는 남자.

단순한 정의감이거나 정의감을 통해 승진욕을 충족시키려는 남자.

영화의 대표적인 구도는 이렇게 3개의 주요 역할간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

 

흔히 말하는 정경유착으로도 볼 수 있는 권력자들.

영화에서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배후의 권력자들보다

대기업의 중심, 정치계의 중심, 언론계의 중심

이렇게 대표적인 셋이 권력자들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배신당한 남자.

그는 권력자들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면서

여러 범죄를 대신 저질러 왔다.

그러다가 중간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하려고 하다가

배신을 당하게 되고 복수를 꿈꾼다.

 

복수를 함께 하자고 남자를 꼬시며 정의를 외치는 한 남자.

실제로는 정말로 정의감때문인지

정의감이라는 이름으로 승진을 원하는 것인지.

인맥도 줄도 없는 남자는 실력으로 승진해왔으나

결국은 무너져버린다.

그런 그가 잡은 마지막 줄이 권력자를 잡는 것.

그리고 그러던 중 복수를 하려던 남자를 만나게 되고

함께 일을 꾸민다.

 

이 영화의 제목이 내부자들인 이유는

원작 웹툰에서 가져왔다.

웹툰 제목이 그런 이유를 짐작해보자면,

내부자들끼리만 공유하는 것들이 있고

그것을 알려면 내부자들이 되거나 내부자들로부터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래서 내부의 일들이 밖으로 퍼지는 것도 대부분은 내부자들로 인해서다.

그런 내부자들에 의해 영화의 결말에서 갈등이 해소되고

영화 중간중간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기때문에

아마 내부자들로 정해진 것 같다.

영화의 영문제목도 Inside Men이다.

원작 웹툰과 차별화도 두려고 했을테니 조금은 의도가 다를 수 있겠지만

사회고발적인 웹툰의 중심 주제에서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서 드는 생각은

영화의 처음만큼이나 끝까지 힘을 싣지는 못했던 것 같다.

개개인 배우의 연기는 돋보였고

각자의 인물들이 생동감 있게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다.

일부러 영화 중간을 꿰뚫는 유행어도 강조하려고 한 점도 눈에 띄었다.

그게 관객들 눈에 띄고

연기와 함께 어울려 여러 방송 패러디로도 이용되다보니

많이 알려진 것 같긴 하지만...

게다가 도입부는 나쁘지 않았으나

결국 마지막으로 점점 갈수록 조금 흐지부지해진 감이 있는 것 같다.

구성을 일부러 반전인 것처럼 해놓기도 했으나

사실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했다고 보기에 그 부분도 조금 미숙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누군가는 담백하고 깔끔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뚜렷함이 덜했고 영화의 끝까지 전달력이 부족했기에

미흡했다고 느껴진 것 같다.

 

영화를 연출하신 우민호 감독님의

이전 영화들도 본 적이 있지만

아직은 좀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자꾸 든다.

완성도가 조금 섬세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할까.

말하고 싶고 연출하려고 하던 의도는 대략적으로 알겠으나

그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진다.

앞으로의 신작 영화들을 더욱 기대해본다.

입소문만큼의 기대값은 충족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래서 감독판을 다시 한 번 기회가 될 때 봐야겠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

1. 명장면들

2. 명대사들

3. 배우들의 연기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베스트 장면은

별장파티 장면이라고 본다.

권력자들이 자기들끼리 추악한 숨겨진 면모를 공개하고 어울려 노는 장면이며,

여자들의 화장을 지운 생얼처럼

화장 뒤에 숨겨진 본래의 낯빛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점이 인상깊다.

또는 보호색처럼 대중들에게는 겉으로는 신사인척,

아무 흠 잡을 곳 없는 사람으로 보여지도록 했을지는 몰라도

남들이 없는 곳, 보호색으로 숨길 필요가 없는 곳에서는

자신의 어둡고 지저분한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순간

그 장면을 보는 대중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며

그 추악함에 구토를 하게 만들기도 할 만한 장면이었다.

외설적이기때문에 19세 이상만 볼 수 있겠지만

권력과 성이 함께 어우러진 그 적나라한 모습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베스트 장면이었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한 문장.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끝마치면서 의문이 드는 점은

극 중 이강희(백윤식 역)의 대사였던 리히텐베르크의 인용구는

그 말의 근원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영화 내부를 꿰뚫는 이강희의 대사이기때문에 흐름상 중요할 테지만

리히텐베르크가 했던 말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내 능력상으로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 점이 참 아쉽다.